돌봄이 길어지면
찾아오는 고립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야박한 말 같지만, 오래 돌봄을 하신 분들은 그 말의 무게를 아십니다. 돌봄이 길어질수록 보호자는 관계가 사라지고, 취미를 잃고, 말수가 줄어듭니다. 저는 이 ‘고립’을 가장 조심스럽게 지켜봅니다.
가족 안에서도 관계가 흔들립니다
부모 돌봄은 가족 관계를 바꿉니다. 형제자매 사이에 역할이 고르게 나뉘지 않으면 서운함이 생기기 쉽습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이 반복되면,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에게 손을 내밀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배우자나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줄면 집안 분위기도 함께 가라앉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쌓인 서운함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형제간 왕래가 끊기는 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돌봄을 한 사람이 짊어지기보다, 외부의 도움을 받아 가족이 ‘함께할 구조’를 만드시라 권합니다. 돌봄은 가족 전체의 일입니다.
보호자가 돌봄의 대상이 되기 전에
돌봄이 길어질수록 보호자는 조금씩 피폐해집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사라지고, 즐기던 취미를 놓게 되고, 말수가 줄고, 우울감이 깊어지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집니다. 어느새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혈색까지 변합니다.
부모님을 정성껏 모신 그 끝에, 이번에는 보호자 자신이 돌봄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보호자의 세상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저는 그 지경까지 가시기 전에 여쭙고 싶습니다. 아직도 이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이 바로 ‘혼자 하는 돌봄’에서 ‘함께하는 돌봄’으로 전환할 때입니다.
고립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찾아옵니다. 보호자가 세상과 연결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결국 부모님을 오래 잘 모시는 힘이 됩니다. 부모님이 낮 동안 또래와 어울리고 활동하시는 그 시간에, 보호자도 다시 자신의 관계와 일상을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